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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야생화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와 야생화의 관계

1.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의 개념과 필요성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생태계의 파편화와 종 다양성의 감소는 전 세계 주요 도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Urban Biodiversity Index, UBI)’ 또는 **‘싱가포르 지수(Singapore Index on Cities’ Biodiversity)’**이다. 이 지수는 도시 내 생물다양성의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국제 표준화 지표로, 유엔생물다양성협약(CBD)이 2008년 싱가포르와 함께 개발하였다. 핵심 목적은 단순히 ‘녹지 면적’을 재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생태적으로 얼마나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진단하는 것이다.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는 보통 3개 영역, 즉 ▲자연적 구성 요소(생태계와 서식지의 다양성) ▲생태계 서비스(인간에게 제공되는 환경적 혜택) ▲지속가능한 관리(정책, 교육, 참여)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총 23개의 세부 지표를 통해 각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며, 평가 결과는 도시의 ‘생태자본(Ecological Capital)’ 을 정량화하는 기준이 된다. 즉, 건물과 도로 같은 물리적 인프라 외에도 ‘생명 기반 인프라(Biological Infrastructure)’의 가치를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다. 서울시, 부산시, 싱가포르, 멜버른 등은 이미 해당 지수를 도입하여 도시계획 및 녹지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 지수는 단순한 환경 평가 도구가 아니라, 도시의 회복탄력성과 기후 대응 역량을 가늠하는 지속가능성 지표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와 야생화의 관계

 

2. 도시 생물다양성 저하의 원인과 구조적 한계

도시의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도시화에 따른 서식지의 단절과 토양의 단일화 때문이다. 건물, 도로, 주차장 등 인공 구조물이 확장되면서 녹지가 섬처럼 고립되고, 생물이 이동하거나 번식할 수 있는 생태축이 사라진다. 이렇게 단절된 서식지는 종 다양성을 급격히 감소시키며, 장기적으로는 생태계의 복원력을 약화시킨다. 특히 중소형 포유류, 곤충, 조류 등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도심 내 공원과 외곽 산림이 도로망으로 분리되면서 곤충류와 조류의 종수 감소율이 10년간 25% 이상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도시에는 토종식물보다 외래종이나 단기 생육식물이 선호되는 경향이 강하다. 관리 편의성과 시각적 효과를 우선시한 조경정책이 지속되면서, 본래의 생태적 기능이 약화된 인공 녹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생물에게 일시적 피난처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생태적 연결성(ecological connectivity) 이 부족해 장기적인 생물다양성 증진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게다가 도시의 조경 관리 기준이 여전히 ‘정돈된 미학’을 중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야생화를 ‘잡초’로 간주하고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인위적 관리 행태가 반복될수록 도시 생태계의 균형은 무너지고, 토양 미생물과 곤충의 서식 기반도 줄어들게 된다. 결국 도시는 녹지 면적은 늘어도 **‘생명이 줄어드는 녹색 도시(Green but Dead)’**로 변질되는 것이다.

 

3. 야생화 식재와 도시 생물다양성 회복의 상관성

이러한 생태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 바로 도시 내 야생화(자생식물)의 복원과 식재 확대이다. 야생화는 특정 지역의 기후와 토양, 곤충, 조류 등과 오랜 시간 상호 적응하며 진화해 온 토착 생태계의 중심축이다. 따라서 이들을 다시 도시 환경에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식물의 다양성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 생태적 관계망을 복원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한국 자생 야생화인 벌개미취, 구절초, 참나리, 솔나리, 금계국 등은 꿀벌·나비·딱정벌레 등 수분 곤충에게 중요한 먹이원이자 번식 장소를 제공한다. 이들이 돌아오면, 다시 새와 포유류가 모여드는 연쇄적 생태 회귀(Chain Restoration) 현상이 일어난다.

서울시는 이러한 생태 네트워크 복원을 위해 2020년부터 ‘야생화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약 300여 곳의 도심 가로변과 공원에 자생식물 식재가 완료되었다. 조사 결과, 해당 구역의 곤충 출현 종수는 일반 화단 대비 평균 2.8배, 조류 출현 빈도는 1.9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야생화가 단순히 조경용 식물이 아니라 도시 생물다양성 회복의 실질적 매개체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야생화 중심의 식재는 비료나 제초제 사용이 거의 필요 없기 때문에, 토양 내 미생물 군집을 안정화시키고 생태계 전체의 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효과를 가진다. 다시 말해, 도시의 생물다양성 지수 향상을 위해 야생화는 ‘보완재’가 아니라 핵심 인프라로 기능해야 한다.

 

4. 지수 향상과 정책적 방향 — 야생화를 통한 도시 생태관리의 미래

야생화를 활용한 도시 생물다양성 관리의 방향은 단순히 화단에 꽃을 심는 수준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정책적 비전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도시계획 단계부터 자생식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역별 토양·기후·식생 특성에 맞는 야생화 식재 지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서울과 부산은 ‘도시 생태지도(Urban Ecological Map)’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생물다양성 지수의 세부 평가 항목인 서식지 연결성, 생태 회복력, 토종식물 비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시민참여형 생태 관리 모델이 필수적이다. 야생화는 단기 관리보다 장기적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식물이기 때문에, 시민·학생·지역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도시 생태 시민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 요코하마시는 시민 참여 기반의 ‘Greenery Tax’ 제도를 통해 야생화 정원 조성과 생물다양성 관리 사업을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이 모델은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셋째, 정책의 목표를 ‘숫자 중심의 평가’에서 ‘생태적 질 중심의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녹지 면적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얼마나 다양한 생명을 품고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야생화를 중심으로 한 도시 생태계는 인공조경보다 관리비는 낮고 생태적 효과는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예산 효율성과 생태 회복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야생화는 도시민의 정서적 풍요로움까지 확장시키는 존재다. 도시 생물다양성 지수는 숫자로 표현되지만, 그 근본에는 ‘도시 속에서 생명과 사람이 함께 숨 쉴 수 있는가’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야생화가 피어나는 골목과 공원은 도시의 생태적 건강성을 넘어 삶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까지 상징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도시 생물다양성 정책은 **‘야생화 중심의 도시생태 전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회복탄력적 도시(Resilient City) 로 나아가야 한다.